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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다시읽고싶을..것 같은 글 하나 퍼놓습니다. 원문은 여기)

눈카마스

아프리카에서 인권 변호사로 일하는 친구한테서 전자우편이 왔다. 그냥 근황을 전하는 편지였을 뿐인데, 마지막에 꼬리말로 붙여놓은 글귀 때문에 한동안 전자우편 창을 닫지 못했다. 로널드 드워킨이 눈카마스를 소개하며 했다는 그 말.

실로 오랜만에 눈카마스(Nunca Mas)란 단어를 떠올린다. ‘절대로 다시는’(Never Again). 1970~80년대 남미의 독재정권들이 무수한 고문과 납치와 학살을 자행하며 국민을 상대로 ‘더러운 전쟁’을 벌였고, 이후 그 실상을 조사한 아르헨티나 ‘실종자위원회’가 84년 제출한 5만여 페이지짜리 보고서의 제목이 그것이었다. 절대로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

더러운 전쟁의 참혹함은 되새기기도 겁난다. 특공대는 영장 없이 체제전복범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체포하고… 아이들은 부모가 보는 앞에서 고문을 당하였고, 부모는 아이가 보는 앞에서 고문을 당하였다. …희생자의 시신을 운동장에 파묻었다. 더 이상 매립지가 부족하자 다음에는 희생자의 시신을 동력톱으로….(<인권과 국제정치> 오름 펴냄, 2002)

그런 끔찍한 일들은 남미뿐 아니라 아프리카에도 있었고 아시아에도 있었고 대한민국에도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 그 끔찍한 일들이 ‘있었다’의 과거형일 뿐이길 바랐다. 눈카마스.

그러나 이 초록색 별에는 권력을 탐하여 ‘더러운 전쟁’에 대한 유혹을 느끼는 인간들이 끔찍한 유전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적당한 기후와 토양만 갖춰지면 남미든 아프리카든 아시아든 가리지 않고 언제든 징그러운 실뿌리를 뻗는다.

아프리카의 친구는 그래서 늘 분주하고 고단하다. 그래서 지금도 그 글귀를 전자우편 꼬리말로 달아놓고 사는 거다.

인간 사냥을 하듯 시위대 검거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하고, 방송사에 사복경찰이 들어가 아수라장을 만들고, 검찰·감사원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고, 국무총리는 국회를 무시하고, 지지율 10%대의 대통령은 국민을 무시하고…. 바야흐로 지금 이곳에서도 더러운 전쟁의 유전자가 세포분열을 시작하는 듯하다. 피를 흘려야만 학살인가. 거리에서 벌어지는 국민의 인격에 대한 고문,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국민의 정신에 대한 납치, 권력의 독한 태도에 상처받는 국민의 영혼에 대한 학살이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5년 뒤 재집권을 생각한다면 도저히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행동을 대통령이나 집권당이나 태연히 반복하고 있다.

이 초록색 별에는 ‘더러운 전쟁’에서도 끝내 살아남아 “눈카마스”를 외치는 사람들도 굳센 유전자를 이어왔다. 이 별이 푸른 이유는 그들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을 키우는 건 역설적이게도 저 끔찍한 유전자가 파헤쳐놓은 토양이다. 드워킨은 이 말을 한 거다.

"어느 곳에서든 독재에 대항하는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는… 독재가 왜 혐오스런 것인지에 대해 대중의 인식이 높아지는 것이다."

국민은 그들을 잘살게 해주겠다던 정치세력이 집권하자마자 어떻게 사나운 맹수로 변하는지, 잊었던 오랜 기억을 되찾고 있다. 독재는 왜 혐오스런 것인지, 우리는 잊고 있었던 거다. 굳센 유전자들이여, 눈카마스.


(박용현, 한겨레21 데스크칼럼 '만리재에서' 2008.8.17 제7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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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dc 2008/08/20 11:55  Modify/Delete  Reply

    <아오라 오 눈까>...........라는 말이 <지금아니면 안돼!> 그 뜻이라져!^^
    남미상항에 해박하신 무님땜에 알게된 뜻이라는..ㅋ
    무님. 더운여름 안녕하신가여? 궁금~~^^

    글게...암이란것은 몸속의 다른 온전한 세포를 먹이삼아 끝없이 번식한다져. 근데, 숙주가 다 먹히면 저도 결국 죽는다는게 재밌져. 지발 지가 찍는건지 아니면 원래 죽을지 모르고 번식의 탐욕만 가져서 그런건지...ㅋㅋㅋ 저 보기엔 인간이 죽는것은 아주 좋은일 같거든여. 긍까...적어도 "암'은 아니란 뜻이니까.
    풋!^

    아우, 수박 넘 많이 드시지 마세욤! 여기 수박 싸고 달고 맛나서 한참 많이 사다먹었는데, 뭐, 과식내지는 탐식의 버릇이 잇는지라 어제 오늘 배 아파서된통 당했거든여. 결국 저녁굶고 낫는중....ㅋ~~

    • 잡넘 2008/08/20 12:57  Modify/Delete

      그러게 생명의 정의 속에는 죽음이 원래 자동으로 들어잇는거라능...

  2. 올리브 2008/08/20 12:34  Modify/Delete  Reply

    다시는 절대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역사상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는 건 아무래도 제어 가능하지만 풀어놓아버린 인간의 탐욕 때문이 아닐까요. 게다가 그 탐욕이라는 게 독재를 하려는 놈들 뿐 아니라 당하는 사람에게도 있는 이유로, 그래서 잘 살게 해 준다는 사기꾼을 그 자리에 앉혀 놓은 거겠지요. 넘어선 줄 알았던 구시대적 독재 권력이 집권하게 된 건 국민들이 독재의 실상을 잊어서가 아니라, 지금 자신들의 위치가 권력을 휘두를 자리가 아니어서일 뿐, 자신이 그 자리에 가면 누구 못지 않게 자기 목구멍만 챙길 사람들이 그 자를 당선시킬 만큼 많은 수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탐욕을 제어하도록 훈련하는 사회적인 기작이 없이는 반복 될 수 밖에 없는.. ㅠ.ㅠ

    • 잡넘 2008/08/20 13:06  Modify/Delete

      대략 거의 비슷한 유권자집단임에도 이선거에서는 이런사람이 이기고 저선거에서는 저런사람이 이기는걸 보면, 어떤 사람들이 casting vote를 쥔건지를 짐작할 수 있겠지요. 또 그런사람들이고 보니 정치인들이 말을 우습게 보게 되는것이기도 하겟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