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근래에 본 영화중에 최고다. (맨날 최고래 -_-;;;) 조각조각이지만 까먹기전에 떠오르는대로 대략이나마 몇가지 적어둔다.
1. 제목처럼 언어, 그중에서도 문자에 대한 영화다. 언어자체가 이미 사회적인 것이긴 하지만, 말은 지금이순간에만
성립하므로 주로 사적 관계들에서 출발하고 현재 대면하고 있는 상대방이라는 사적 상황들 (가령 없는데서는 나랏님도 욕한다 등)에
머무르는 반면, 문자로 쓰여진 글은 그런 말보다도 훨씬 더 사회적이고 공적이다 못해 정치적인 맥락하에 놓이게 되며 (가령
미네르바의 '넋두리') 당근 훨씬 더 지속적인 효과를 갖는다.
2. 이 영화의 축은 언어적 핸디캡을 통해 공과
사의 충돌과, 충돌이 일어나는 경계영역의 풍경들이다. 그것이 압축적으로 구현된 상황으로 문맹자-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주인공은 구어소통 내지 사적인 대면소통은 문제가 없지만 문어소통 내지 공적 소통은 불가능하다. 가령 법정드라마로 나아가는것이
이 핸디캡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으며, 거의 정해진 코스라 하겠다. 이러한 충돌의 또다른 구경거리는, 주인공의 사적
자존감이 공영역에서조차도 언어적핸디캡을 감내하도록 결정내린다는 것이다. 즉 주인공의 (공적 과거가 사적 현재의 패턴을 전반적으로 제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가 주인공의 공을 일방적으로 규정하기도
한다는 것인데, 이로서 파국적 결말은 어느정도 예정되어 있다.
3. 리더, 즉 소년은 외부세계에 대한 주인공의
이해를 넓혀준다. 주인공은 문맹으로 인해 제대로?올바르게? 파악된 외부세계에 대한 자신의 공적입장을 만들어
나가는데 매우 어려운 상황(가령 식당메뉴) 이었고, 그에 관한 한 소년과 같은 리더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소년과의 성적 만남은
주인공이 사적인 영역에서는 완전히 자유롭다못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유대인수용소에서도 그녀는 이처럼 (질서개념이나 개념들의 우선순위 등) 불완전한
공적입장조차도 스스로 지키거나 책임질 능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심대한 공적 사건에 말려들었던 것이고, 또 그 취약함을 이용당한다,
혹은 이용당하는데 동의한다.
4. 요컨데 단순한 사적 성애영화나 공적 법정드라마 어느것에도 머무르지 않고 언어를
매개로 공-사영역을 대조시키며 둘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보여준다. 요컨데, 글-말에 대한 자립의 정도와 공영역 내지 공적 실존 혹은
정치에서 자율성의 확보 정도가 얼마나 긴밀하게 또 근원적으로 연관되어 있나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여성이라는 설정은 그 자체가
이미 공적핸디캡임으로 인해 주인공의 언어적 핸디캡과 함께 갈등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주인공-여학생-딸의 대조, 유품에 대한 원고의 경멸, 등등).
5. 이 영화에서 유대인학살에 대한
어떤 입장이 표명된 것으로 보는것은 핀트가 별로 안맞는 것이라 여긴다. 언어적 핸티캡의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나게 되는 공적인
상황중에서 가장 극적이고 또 광범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넘을 골랐을 뿐일 것이다. 가령 마피아 두목의 검거 처럼 다른 극적인 공적
상황을 설정하더라도 동일한 문제틀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겠다. 물론 이경우에는 주인공이 문맹자-여성이 아니고 문맹자-남성이
될터인고로 김빠진 맥주랄찌, 대립구조가 덜 긴장하고 느슨해질 수 있을 것이다.
6. 무미건조하고 하드보일드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화면구성 내지 촬영이 매우 회화적이다. 가령 이런장면...즉 야그를 풀어나가는 감독의 시선은, 전반적으로 사영역에 발을 디딘 체 공영역쪽을 향하고 있다..고나 할까?
영화 "Reader"의 자전거여행 장면. ⓒ Mirage Enterprises.
7.
일반적으로 가령 외국에서 생활하게 되는 경우라던가 청각장애의 경우처럼 (이 영화와는 반대가 되는 셈인데) 말은 대면소통이 잘 안되지만 글은
독해작문에 큰 문제가 없는 경우..도 비슷하겠다. 공영역은 어느정도 유지보존이 가능하겠지만, 사적관계들은 자립이라기 보다는 분리 혹은 고립에
가까운 상태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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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너무 좋게 읽어서 영화보기를 심히 망설이다가 시간이 흘러흘러 극장에서 놓쳐버렸습니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 안나지만, 책 읽을 당시 그녀가 저보다 한참 나이가 많았기에 그녀보다는 소년에게 감정을 대입하면서 읽었었는데.. 글쎄 영화에서 그녀 역을 제 또래인 케이트 윈슬렛이 한다는거에요. 너무 젊은 여자가 하는거 아냐? 싶다가 잘 생각해보니 이제 제가 나이가 들어서 -_- 케이트 윈슬렛 나이에 거의 맞는 역이었다는.. 슬픈 이야기... ^^;
저는 이곳에 와서 문맹의 생활을 좀 해봤었지요. 영어랑 약간 비슷해서 완전 문맹상태는 아니었지만.. 많이 우울했었답니다.
저도 대단히 우울한 영화?이야기?로 읽었습니다.
애들처럼 자아가 없는 상태에서 부모의 보호아래 부모를 포함한 바깥세계(언어)를 배우는건 쉽고 행복하기까지 한 일이지만, 자아가 생긴 후에 아무의 보호도 없이 또다른 세계를 배워나가는건...외롭고 힘든 생존의 문제이지요.ㅠㅠ;;